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첫 순교자 강종근/김수진 지음/진흥
“나는 주님의 곁으로 갑니다. 절대로 나를 취조하고 감옥에 보냈던 일본 경찰들을 미워하지 말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세요. 그리고 우리 자녀들은 하나님이 다 키워 주시겠다고 나에게 약속을 하였습니다.”(197쪽)
서대문형무소에서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옮겨진 강종근 목사가 숨을 거두면서 아내(윤희성·1902∼92)에게 남긴 말이다. 아내는 “그 말씀 명심하고 훌륭하게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함께 찬송가 “이 몸에 소망 무언가 우리 주 예수뿐일세, 우리 주 예수밖에는 믿을 이 아주 없도다…”를 불렀고, 강 목사는 1942년 6월 3일 하나님 품에 안겼다.
이 책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옥중에서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둔 강 목사의 순교적 삶을 다뤘다. 그는 일제 강점기 목회자들 가운데 첫 순교자로 알려져 있지만 삶 자체가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한국교회역사연구원장인 저자 역시 “목사님에 대한 숨겨진 자료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유족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모을 수 있었고 성경말씀을 토대로 계명을 올바르게 지켜야 한다는 올곧은 신앙을 끝까지 지켜낸 목사님을 알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1904년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고향을 떠난 강 목사는 만주 지방 철령에서 최학기 목사를 만나 기독교인이 되고 그 영향으로 목회자의 길을 가게 된다. 전체 4부로 이뤄진 이 책은 1부에서 조선 기독교 역사에 대해 다룬다.
이어 하나님이 준비해 놓은 강 목사를 소개한다. 그의 출생, 교회등록, 손정도 목사와의 만남 등을 담았다. 만주에서 활동한 로스 선교사, 마펫과 게일 선교사 등 조선을 위해 헌신한 파란눈의 외국인 선교사 이야기를 토대로 초기 한국선교 역사도 접할 수 있다. 3부에선 배재학당에 입학하고 하디 선교사의 설교에 은혜받은 강 목사, 철원교회에 부임하고 철원 지방의 만세운동을 이끈 이야기, 신사참배에 반대해 순교하기까지의 강 목사를 만날 수 있다. 끝으로 책은 대전 현충원에 안식한 강 목사, 철원제일교회 복원 이야기 등을 전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