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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사22>초기선교사들의 영적수련장, 지리산 기독교유적지

박경진 2013. 4. 9. 10:10

 <한국교회사22>초기선교사들의 영적수련장, 지리산 기독교유적지

 

 

                                                                 지리산노고단                                          지리산 왕시루봉

 

지리산 노고단과 왕시루봉은 호남선교의 개척자로 불리는 유진 벨(배유지) 선교사와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의 애정 어린 발자취를 간직하고 있다. 유진 벨 선교사는 1895년 한국에 입국하여 2년간 서울에서 언어를 배우고 처음으로 선교사역을 위해 전남 나주로 내려갔다. 그러나 유생들의 반발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자 그 곳을 떠나 목포로 가서 선교지를 개척하였다.

 

 1900년대로 접어들면서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은 활발하게 펼쳐졌지만 한국 풍토병에 대한 면역이 없던 선교사와 그 가족들은 세균성 이질이나 장티푸스,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으로 인한 질병에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그래서 호남지방의 선교사들은 여름에 풍토병을 피해 일본으로 피신을 가기도 했다. 그러나 유진 벨 선교사는 "선교사가 선교지를 비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수인성 질병을 막기 위해 여름에는 모기가 없고 기온이 서늘한 1000m 이상 고지대인 노고단을 적격지로 택하고, 그곳에 수양 처를 세우게 되었다.

 

 노고단은 1921~1942년까지 약 20여 년 동안 선교사들의 심신피로를 풀고 치료하는 안식처로, 혹은 영적 재충전의 장소로, 또한 풍토병에 시달리는 선교사들이 쉬면서 치료를 받는 수련장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특히 선교사들은 이곳에서 한글 성경번역과 선교전략 계획을 수립하는 장소로 적극 활용하였다.

 

 한편 1920년 한국에 온 윌리엄 린튼(한국명: 인돈)은 유진 벨 선교사의 딸 살럿 벨을 만나 1922년에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 전주, 군산 등에서 선교사역을 활발하게 펼쳤다. 그의 셋째 아들 휴 린튼(한국명: 인휴)은 미국에서 신학교 재학 중에 한국전쟁 발발소식을 듣고 해군장교로 자원입대 하여 한국전에 참전하여 1950년 9월 인천 상륙작전에 참전해었다. 그 뒤 대학을 마치고 다시 한국선교사로 들어와 순천을 중심으로 전남지역에 선교활동을 하였다.

 

 호남지역 선교사들의 무더운 여름철, 한국 풍토병과의 전쟁을 치르는 피난처였던 지리산 노고단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차단된 공산군 잔당들의 아지트로 사용되면서 수많은 교전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수련장 건물의 많은 부분이 무너지고 소실되었다. 당시 50여 채나 되던 선교사들의 기도처와 영성수련장 건물들이 소실되면서 폐허가 되고 말았다.

 

 그 후 휴 힌튼 선교사는 1956년 전란으로 폐허가 된 노고단 선교사 수련원을 왕시루봉으로 장소를 옮겨 복원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호남지역 농민들에게 임금을 후하게 지불하며 미국에서 갖고 온 철재, 목재를 비롯한 기도원 건축 재료를 지리산 꼭대기로 운반을 하였다. 이때 몰려드는 노동자들에게 아무나 일거리를 주지 않고 주일에 교회에서 주일예배에 참석했다는 입증을 하는 이들만 채용을 하였다. 그러니까 주일이면 교회로 몰려오는 젊은이들이 많았다는 일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다가 감동받고 의식이 깬 젊은이들 중에는 선교사들의 추천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이들도 있었다. 1962년 이렇게 재건된 왕시루봉에는 제2의 선교사 휴양지로 예배처소 등 11채의 작은 건물들이 세워져 지금까지 기독교 유적지로 보존되고 있다.

 

 이 일을 주관한 휴 린튼 선교사는 당시 국유재산을 관리하던 서울대학교와 지리산 관리인을 두는 조건으로 관리계약을 맺고, 주변 일대에 전나무와 잣나무 등을 심으며 산림보호에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지리산 꼭대기에 나무가 없던 왕시루봉 주변에 푸른 숲을 이루어 놓았다.

1984년 휴 린튼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타계하였지만 그 이후에는 아들 존 린튼(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 센터소장)이 지금까지 왕시루봉 영성수련장을 지켜오고 있다. 4대째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요한 집안은 유진벨 재단을 설립해 북한의 결핵퇴치사업에 대대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은 2004년 2월 서울대학교 측과의 임대계약기간이 끝나자 철거를 요청해오고, 일반의 오해와 곡해로 이 두 유적지가 철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에 인요한 선교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예정통합교단 등이 적극적으로 지리산유적지보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004년 전라남도지방문화재로 가(假) 지정 받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폐허상태의 지리산 노고단과 왕시루봉의 기독교기도처를 유적지로 복원하여 한국선교역사현장으로 보존하고 교육의 장으로 삼으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역사적, 종교적 가치를 지닌 지리산기독교유적지를 한국기독교유적지로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정, 보존하는 일에 교계의 많은 관심과 기도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 주소 :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511-1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

 

 

글 : 진흥홀리투어(주)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관장 박경진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