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 (신문 연재)
79. 한국점자의 아버지- 송암(松庵) 박두성
박경진
2011. 1. 20. 13:51
성지순례|시각장애인의 정신적 지주 | ||||||||||||
한국점자의 아버지- 송암(松庵) 박두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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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를 세계 최초로 만든 루이 브라이유가 세계 맹인의 아버지라면 박두성(朴斗星 1888∼1963)은 한국 맹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평생을 맹인을 위해 산 사람이다. 평양맹아학교를 설립한 의료선교사 홀의 부인 로제타 홀이 최초 점자성경 '점자 요한복음'(1913)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래, 박두성은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한국맹인들에게 점자성경과 한글점자문화를 확산시켰다. 박두성은 구한말인 고종25년(1888)에 강화군 교동면 상룡리에서 태어났다. 교동박씨집안에서 믿음으로 자라난 그는 1906년 한성사범학교(현 경기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 어의동보통학교(현 효제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13년 제생원 맹아부(현 서울맹학교) 교사로 근무하게 된다. 이곳에서 맹인들을 가르치면서 점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박두성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 라는 비밀조직을 결성하고 1920년부터 한글점자 연구에 착수하여 7년간의 연구 끝에 마침내 1926년 '훈맹정음(訓盲正音)'이란 독창적인 한글점자를 창안하여 내놓았다. 박두성은 시각장애 교육이 장애인교육이나 자선사업에 그치지 않고 직업교육과 더불어 시각장애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 양성 및 민족정신을 일깨우는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글점자가 없으면 시각장애인의 심안을 밝히지 못하여 실명이라는 1차적인 신체적 장애에 2차, 3차의 장애가 중복·심화되어 정서불안, 열등감, 비사회적 행동의 부차적 장애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예방,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인에게 문자를 주어 그들의 정서를 순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총독부로부터 훈맹정음의 교육을 승인 받았다. 그래서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으로 조선어 교육이 폐지된 상황에서도 제생원에서는 우리글의 공교육이 지속될 수 있었다.
한편 박두성은 1931년 성경의 점자원판 제작에 착수한다. 바늘이 달린 기계에 아연판을 끼워 요철 점자원판을 만든 후 두 겹으로 된 아연판 사이에 두꺼운 종이를 넣어 고무 롤러를 통과시켜 오돌오돌한 점이 생기게 하는 고된 작업이었는데, 일제의 감시를 피해 삼복더위에도 집안에서 문을 잠그고 작업에 몰두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1934∼35년에 마가, 누가, 요한복음을 점역했으며, 10년 만인 1941년 점자로 된 신약성서를 완성한다. 그 사이 그는 1935년 제생원 교사를 정년퇴직하고, 1936년 인천 영화학교 교장에 취임하여 1939년에 사임하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950년 6·25 전쟁으로 신약성서의 아연판 전체가 소실되었다. 그러나 2년 뒤 미국성서공회의 도움으로 재작업하여 1957년 신구약 점역을 완성한다. 현재 맹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점자규정'(1997)은 그가 만든 '훈맹정음'을 뼈대로 하고 있다. 박두성의 점역성경 보급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마음대로 쓰고 읽게 함으로 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적 천대를 받던 시각장애인의 자활과 사회적 역할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의학, 복술학, 안마, 지압에 이르기까지 76종류의 맹인용 교육 자료를 만들어 보급시켰다. 그는 서울정동교회와 인천 내리교회에 교적을 두고 절망과 좌절에 빠지기 쉬운 맹인들에게 전적으로 복음을 전했다. 이러한 선각자적 헌신과 사명감에서 비롯된 수많은 업적으로 인해 박두성은 10만여 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의 아버지,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추앙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일생을 훈맹정음 연구에 바친 송암 박두성에게 1962년 광복절에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1963년 8월 25일 76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그는 사후에도 1992년 은관 문화훈장을, 2002년에는 문화관광부지정 문화인물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서울 맹아학교 교정에는 공로와 업적을 기리는 "박두성 한글점자찬양 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사)인천시시각장애인연합회가 1999년 개관한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 1층에 마련된 '송암 박두성 선생 기념관'에는 생전의 생활유품과 한글점자 번역기, 점자 성경전서, 친필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박두성은 한글 점자를 창안한 교육자,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에 항거해 한글을 지킨 애국자, 신구약성서를 점역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우리나라 모든 시각장애인의 정신적 지주임과 동시에 애맹사상가인 송암 박두성 선생의 업적은 후세에까지 길이 빛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