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신설동 뉴팰리스 웨딩홀에서는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진흥문화㈜(박경진 회장)가 주관한 해외입양인 초청 모국방문 행사에 참가한 20명의 입양인과 양부모들이 지난 보름 동안 한국의 명소를 다니며 찍은 동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이날은 모국방문 행사의 마지막 날. 떠나기에 앞서 열린 감사예배에서 이들은 소감을 발표했다. 행사에는 교회, 기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미국 뉴저지에 살고 있는 로빈 맥롤린(35·여)씨는 2001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때 생모와 친동생들을 만나면서 한국을 보는 눈이 원망과 무관심에서 이해와 사랑으로 변했다. 이후 자신과 같은 입양인을 돕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현재 스태프로 활동하면서 프로그램에 4번째 참가했다.
맥롤린씨는 “이번 방문에서 우연히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먼 친척들도 만나면서 뜨거운 가족애를 느꼈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국에 올 때마다 제 자신이 더 채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막상 한국에 오면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모르지만, 한국을 떠날 때는 내가 한국인이란 사실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피터 토바니(32)씨도 한국 방문의 흥분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것 같았다. 보스턴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그는 생후 4개월 때 입양됐다. 그는 가족을 소개하며 ‘입양 가족’이라 했는데 여동생도 한국서 입양됐고 이탈리아 출신인 아버지 역시 입양인이라고 했다.
그가 한국 방문을 소망한 것은 5년 전 여동생이 모국방문 행사를 다녀가면서이다. “항상 한국에 가는 것을 꿈꿔왔어요. 마침 기회가 되어 올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한국인 가정에서 받은 사랑과 친절, 따뜻한 배려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토바니씨는 홈스테이 가정에 대한 감사를 연발하며 민박 경험이 한국을 사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생모와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는 대로 절차를 밟고 싶다고 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온 입양인들은 지난달 20일 한국에 도착해 조국 강산의 진면목을 확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사동 거리, 창덕궁과 N타워, 민속촌, 설악산과 제주도 등을 방문하며 한국의 풍경을 가슴에 담았다. 또 탈춤과 한지공예 등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정체성을 확인했다. 월드컵 응원에도 참여해 ‘다이내믹 코리아’의 열정을 느껴보기도 했다.
진흥문화는 1996년부터 공익사업과 전도의 일환으로 해외입양인 초청 모국방문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북미와 유럽 등에 입양된 300여명의 입양인과 양부모를 초청해 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